피터의 원리_
조직의 구성원들은 유능함을 인정받아 승진한다. 결국 계속 이어지던 승진은 무능이 드러나는 단계에서 멈추게 되는데, 따라서 시간이 흐를 수록, 큰 규모의 조직일 수록, 모든 직책은 그것을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들로 빼곡히 채워진다.
간단한 개념에 불과하지만 이 글을 읽다보면 등골이 서늘해지는 기분이 든다. 조직생활의 이면에서 벌어지는 구조적 부조리를 너무나 명쾌히 밝히기 때문이다. 부하시절 유능한 사람이 상사가 되어서도 유능해질 확률은 얼마나 될까. 상당히 낮다. 승진한 후 기대한 만큼 성과를 내지 못한다하여 그 사람을 바로 자를 수 있나? 절대 그럴 수 없다. 한다 해도 상당한 시간이 지나야 가능하다. 자기 자리를 감당할 수 없는 무능한 사람들이 늘어나는 매커니즘이다.
이것의 근본원인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우선 결정권을 가진 소수의 사람들이 승진을 함부로 결정하는데서 찾을 수 있다. 실무에서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는 급여를 올려주는 것이 적절한 보상이다. 여기에 승진을 곁들이는 경우가 많은데 이 부분이 문제인 것이다. 결정권자들은 사람의 역량에 대한 체계적인 지식을 배우고 사람을 보는 눈을 키워야 한다. 너무 어렵나?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대안을 생각해 두었다.
두 번째 원인은 승진대상자가 승진을 너무 가볍게 여기는 것이다. 권한과 혜택에만 시선이 갈 뿐, 그것의 뒤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하기 쉬운 것이다. 승진과 권한에 욕심이 있다면 일단은 자격을 갖추는 것에 철저할 일이다. 결정권자들의 무책임한 기대감에 동반 편승해 무책임한 도약을 해서는 안된다. 그렇다면 절대 승진을 해서는 안되는가? 그렇지 않다. 역시 대안을 생각해 보았다.
해결책은 상식적이며 합리적으로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결국 어려운 것은 타성에 젖은 우리들의 마인드이다. 명쾌한 답이라 해서 어디에나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 다음의 대안을 읽는 분이 계시다면 부디 마음을 열어주길 바란다.
먼저 승진과정을 철저히 자원자 위주로 전환할 것을 제안해 본다. 승진부터 덜컥 시켜놓고 사후 약방문처럼 형식적인 직능, 직급교육을 실시할 것이 아니라. 우선 승진을 원하는 이들이 자신이 원하는 직급을 자원하도록 한다. 그리고 이들을 단계별로 모아 자발적이며 심도있는 교육을 진행한다. 그리고 교육이수자에게 테스트 프로젝트를 맡겨 성과를 검증한다.
이러한 방식의 메리트는 회사 전반의 수동적이고 눈치보는 분위기를 적극적이고 주도적으로 돌려놓을 수 있다는 점이다. 사실 관료주의가 팽배한 곳에서 승진을 자원하는 일이 어려울 수 있다. 모난 돌이 정맞는 분위기로 흐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최고경영자는 그러한 분위기부터 타파해야 한다. 제도를 만들어도 최고경영자의 강력한 의지가 없다면 취지가 살지 못한다.
승진한 사람을 교육장에 앉혀 놓아보라. 당장 눈 앞에 해야 할 일들만 가득하니 교육이 제대로 이뤄질 리가 없다. 인수인계와 중요 프로젝트 점검도 해야 하고 당장 처리해야 할 보고서와 회의안건이 아른거린다. 이러한 가운데 벌어지는 교육은 아무리 좋은 내용도 귓등으로 스치게 되어있다.
자원자는 다르다. 목표의식이 분명하기 때문에 업무시간 외에 교육이 이뤄지더라도 반드시 참석하고 대단한 열의를 보여줄 것이다. 자신의 업무와 상사의 업무가 어떻게 다르며 무엇을 배우고 익혀야 하는지 절실히 느끼게 될 것이다. 자신이 부족한 부분을 메우고 경쟁자보다 앞서가려고 할 것이다. 뒤에서도 설명하겠지만 동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사뭇 달라지기 시작할 것이다. 지지를 얻고 싶어질 것이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승진결정이 보다 많은 사람들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윗사람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은 당연히 알 것이라고 기대하고 아랫사람을 승진시키지만 실상은 결코 그렇지 않다. 승진한 간부들 대부분이 너무나 어이없는 부분에서 갈등을 만들고 유능한 사람들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등 회사에 해를 입히고 있는 것이다.
대상자에 대해 의사결정권자들이 모르는 부분까지도 동료들은 알고 있다. 그러므로 승진은 대상자와 관련된 동료들 전원이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왕이면 만장일치로 결정되는 것이 좋다. 대상자에 대해 불만이 있거나 반대하는 사람은 사전에 무기명으로 질문이나 비판, 우려되는 점을 지적한다. 대상자가 답변할 기회를 주고 자신의 단점이나 동료들이 우려하는 점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공개적으로 발표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 답변이 동료들에게 어필이 되어야 비로소 그는 승진을 얻게 된다.
기존의 조직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아마도 터무니 없고 황당하게 들릴 것이다. 하지만 앞서 말한 두 가지를 잘 조합해보면 가능성이 보이리라 믿는다. 승진절차는 자원자를 대상으로 진행하며 관련된 동료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승진을 결정한다. 비판과 반대도 극복하고 만장일치를 끌어내는 것이 핵심이다. 해바라기 왕따 간부는 사전에 발을 붙일 수 없다. 동료들까지 담아내는 그릇이 윗자리에 오르는 것이다.
승진하는 사람과 그것을 결정한 사람들이 느끼는 책임감이 어느 정도일지 상상해 보라. 최고 결정권자들은 자신의 동료들을 믿고 뒤로 물러서야 한다. 전적으로 결정권을 줘야 한다. 대상자도 결국 자신의 책임으로 뽑은 사람이 아닌가.
창의력이 요구되는 부서나 핵심인재를 중심으로 꾸려가야 하는 부서부터 시범적으로 적용해 보라. 크고 작은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지만 결국 놀라운 조직, 가장 강력한 조직을 얻게 될 것이다. 주인의식과 책임감으로 무장하고 동료들과의 시너지를 창출하는 인재들의 집단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일단 성공사례를 만들고 전체 조직으로 문화를 확산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파격적인 제도도입의 충격을 줄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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