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멘토링이 있었습니다. 참 열심히 사는 대학생입니다. 학교신문을 만드는 등 다양한 활동도 하면서 미래를 향해 착실히 준비를 해가고 있는 인재입니다. 오늘도 2시간 가량 유쾌하고 즐거운 이야기를 서로 풀어냈습니다. 마무리 할 즈음에 제게 불쑥 컨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더군요. 막 중간고사가 끝난 시점이라 대학생들은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컨닝에 대해 하고 싶은 말들이 있을 것입니다. 학교 신문에서도 이슈가 중요하지요.

질문을 받고 잠시 생각을 했습니다. 컨닝이라...

학점이 취업에 있어 매우 중요한 준비사항으로 자리 잡고 있는 지금, 대학생들의 마음은 한결 복잡할 것 같습니다. 컨닝도 해본 사람들이 잘 하는 법이지요. 사실 컨닝 잘 하는 것도 많은 경험과 그에 따른 요령이 필요합니다. 강한 뱃심도 필요하지요. 극도의 이기주의와 숙련된 노하우가 만나면 학점은 쉽게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하면서 스릴은 느낄지 몰라도 죄책감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컨닝... 일단 제가 생각하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어리석은 도둑질'입니다.

1.
컨닝을 없애는 법은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나는 철저히 적발하고 퇴학이나 학사 경고 등 강력한 조치를 하는 것입니다. 컨닝이 횡행하는 데에는 시험감독이 부실한 원인도 있습니다. 시험장에 감독관을 여러명 배치하고 좀더 심하게는 CCTV를 여러대 놓아 물 샐틈 없는 감시를 하면 없어질 것 같습니다. 처벌도 경미합니다. 해당 과목에서만 불이익을 받는 것이 아니라 상응하는 불명예를 주고 대학생활을 더이상 하기 어렵도록 만들어 버린다면 컨닝은 발 붙이기 어려울 것입니다. 효과는 확실할 것 같은데... 어떠신가요. 비용이 너무 들어가 현실성이 없기도 하지만 중요한 문제가 새로 생겼습니다. 얌체들은 때려잡았지만 대학생 모두가 명예를 잃어버리고 말았네요. 빈대 때문에 초가삼간을 태웠습니다.

다른 하나는 컨닝이 필요없거나 불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하나의 방식은 오픈북입니다. 암기력보다는 정리능력, 구성능력을 보는 시험입니다. 혹은 시험을 아얘 없애는 것은 어떨까요? 컨닝은 없어지겠지만 평가할 대안이 없다구요? 일견 레포트가 떠오릅니다. 그러나 레포트도 맹점이 있네요. 숨어서 하는 컨닝을 조장하는 셈이 됩니다. 그렇다면 한 학기 내내 진행하는 과제는 어떨까요? 개인과제도 좋고 팀과제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실기과목에서는 시험 대신 이런 방식으로 평가가 이뤄집니다.

오픈북이나 장기과제가 나름의 대안으로 보입니다만, 이도 교수가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접목시켜야만 생명력이 유지됩니다. 같은 패턴으로 몇 년 가면 바로 족보가 나오고 매뉴얼이 개발됩니다. 이렇게 고민을 해나가다 보면 막다른 골목이 나옵니다. 답이 없다는 것이지요. 결국 대학생들의 양식과 인격에 맡기는 방법 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다시 말해서 남는 대안은 잔소리 뿐입니다.

2.
배가 가라앉고 있습니다. 구멍이 조그마할 때 바가지로 물을 열심히 퍼내면 가라앉는 것이 지연되는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짓만 하고 있을 수는 없지요. 구멍을 막거나 다른 배로 옮겨 타는 것이 제대로 된 해결책입니다. 

배를 채우는 물이 컨닝이라고 하면 바가지는 컨닝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이고, 배의 구멍은 컨닝이 일어날 수 밖에 없는 환경요인을 말합니다. 이런 외부 요인으로 어떤 것이 있느냐면...

-  많은 학생들이 컨닝을 하면서도 불이익을 받지 않으므로 안 하는 학생들만 피해를 본다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  적발되어 받는 불이익보다 컨닝으로 기대되는 효용, 즉 학점 상승의 가치가 더 높습니다.
-  대부분의 시험이 교수 강의내용에 대한 암기력 테스트 수준입니다. 정답이 있는 시험이라는 것입니다. 컨닝이 파괴력을 지니게 됩니다.
-  시험공부를 위해 암기한 내용은 얼마 지나지 않아 머리에서 사라지기 때문에 열심히 외워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합니다. 시험만 잘 보는 것이 요령이란 생각이 들게 됩니다.
-  교과목의 목표와 콘텐츠가 학생들의 니즈에 부합하지 않고 있습니다. 즉 취업을 지망하는 학생들은 학점을 채우는 것, 기왕이면 좋은 학점을 받는 것 이상의 이유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가장 중요한 문제가 나왔네요. 시험공부는 재미있지 않습니다. 또한 무의미합니다. 배에 난 구멍이 생각보다 크네요. 대학생들에게는 시험에 투자하는 시간이 삶에 별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은 것입니다. 스펙을 쌓는데 열중하는 학생들에게 시험의 이유는 오직 학점일뿐, 공부가 아닙니다.

컨닝에 대해 아주 간단한 질문일 수 있는데 생각이 많이 갈래를 쳤습니다. 어쩌다 보니 컨닝을 위한 변명처럼 되었네요. 하지만 생각은 많이 정리가 된 느낌입니다. 바가지를 들고 고민하지 말고, 배 밑창을 틀어막아야 겠습니다. 그도 불가능하다면 미련을 갖지 말고 새 배로 옮겨가야 할 것입니다. 앞서 잠깐 언급한 것과 같이 공정성과 효율성의 이름으로 이뤄지는 현행 시험 방식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치는 것입니다. 또한 모든 학생들이 경쟁적으로 들으려하는 실용적인 강의가 지금보다는 많이 늘어나야 할 것입니다. 

Posted by 기업인재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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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서영옥 2009.08.12 11: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그래서 교수님이 최고로 좋아요^^ 사실 교수님 입장에선 정답이 있는 문제를 내고 채점 하시는것이 가장 편하시겠죠. 그런 편안함을 뒤로 한채 모든 애정과 관심으로 평가하시는 교수님! 학생들의 입장에선 너무 감사한 일입니다. "공부를 잘 해서 참 예쁘다"라고 느끼고 있었던 학우가 있었는데 OPP필름에 아주 작은 글씨로 쓴 컨닝자료를 작게 오려서 그것도 구석진 자리에 앉아 교탁위에 올라와서 보이는지 보이지 않는지를 주변 친구들과 의논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는 충격을 많이 받았더랬습니다. 정말 외워서 교과서 그대로 쓰는 그런 시험은 없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최소한 개인의 경험이나 논리를 곁들여 배운내용과 접목하여 정리할 수 있는 그런 문제였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