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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경영/취업직장커리어

교육이 왜곡되는 매커니즘, 채용 서류심사 유감

by -기업인재연구소- 2009. 4. 23.


광란의 질주_ 취업의 문, 그 앞까지
 
학부모들이 달린다. 공식적으로는 초등학교를 마치면서 시작되는 레이스. 미리 시작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첫째 관문은 좋은 학원에 아이를 집어넣는 것이다. 그래야 특목고 진학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목고에 가야 하는 이유는 명문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서다. 명문대, 그것도 인기학과에 진학하려면 특목고에서도 상위권을 유지해야 하고 학원 서열도 높여야 한다. 이 지점에서 이미 많은 주자들이 뒤로 밀려난다.

대학 문은 넓다. 하지만 명문대 문은 좁다. 대부분의 주자들이 여기서 탈락한다. 특목고와 명문 입시학원의 위력은 여기서 드러난다. 극히 일부 살아남은 사람들만이 약간의 학벌 프리미엄을 얻었을 뿐, 나머지는 무거운 핸디캡을 안은 채 취업을 준비한다. 

샐러리맨을 지망하는 대학생들이 마주치는 1차 관문은 서류심사이다. 어찌 보면 학부모들이 달렸던 최초의 레이스도 이곳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명문대 인기학과를 가야 하는 이유라는 것이 결국 서류심사를 수월하게 통과하기 위함인 것이다.

서류심사는 대면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행정편의적인 절차다. 뽑는 인원은 적은데 지원자가 너무도 많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여기를 통과하려면 속칭 스펙(Specification)이라는 것을 높여야 한다.

스펙을 높이려면 적성과는 상관없이 경영학을 복수전공해야 한다. 실제로 영어를 잘 하는 것과는 상관없이 토익점수를 올려야 하고 효과 없는 어학연수를 다녀와야 한다. 관심도 없는 과목들 줄줄이 들으며 학점을 높여야 하고 내키지 않아도 자원봉사를 다녀와야 한다. 

천신만고 끝에 서류심사를 통과했다고 하자. 문제는 그 다음이다. 서류심사를 통과하기 위해 준비한 것이 면접에서는 별로 소용이 없다. 하나 하나 검증이 들어오기 때문에 높은 스펙에도 불구하고 면접시 굴욕을 당하는 지원자가 많다. 

여기까지가 참가자 중 1%만을 위한 광란의 질주다.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모습을 재현해 보았는데 그러면 무대 뒤의 모습은 어떨까.


광란의 질주_ 취업의 문, 뒤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기업은 달린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글로벌 경쟁의 시대인 것이다. 그러면서 인재에 목마르다. 히트 상품으로 회사를 살려줄 인재만 있다면 얼마든지 보상해줄 준비가 되어있다.

하지만 인재는 찾기가 힘들다. 아직도 산업시대 잔재가 많이 남아있다 보니 조직 내에서는 튀는 사람이 정을 맞는다. 인재가 만들어질 수가 없다. 검증된 인재를 스카우트를 해오거나 심지어 해외에서 모셔와야 한다.

경쟁이 심화될 수록 조직 규모를 계속 줄여나가면서 인재중심의 가벼운 조직으로 탈바꿈할 수 밖에 없다. 지금까지는 1,000명에게 평균 연봉 5천만원을 주며 꾸려왔다면 앞으로는 100명에게 5억씩 주면서 꾸려가야 한다는 이야기다. 1개월 내에 인수인계가 가능한 자리는 모두 임시직이나 비정규직으로 대체될 것이다.

남들 부러워하는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도 고민이 많다. 회사가 자신의 미래를 책임져 줄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고민이 시작된다. 익숙해질 무렵이면 일이 재미없어진다. 성실함 외에는 보여줄 것이 없다는 것은 이미 인재가 못 된다는 증거가 된다. 미래가 불안해 질 수 밖에 없다.

상품의 생명주기가 짧아지고 사업부문의 성패가 빠른 시간에 결판나기 때문에 언제 밀려날지 알 수 없다. 구조조정은 항상 진행 중이다.

신분의 격차까지 느끼게 하는 인재들은 엄청난 보상을 받는다. 이들과 같이 일하지만 사실 이들이 그리 특별한 사람들은 아니다. 이들만의 공통점이라면 젊어서부터 한 가지 분야에 미쳤다는 것 정도일이다. 이들은 대개 자유계약자이다. 프로젝트 단위로 활동하며 기업을 옮겨 다닌다. 공채로 들어와 회사 내에서 경영자로 성장하는 사람들 보다 훨씬 젊다.

인재를 원하는 기업들이 인재를 뽑기 보다는 성실하고 무난한 사람들 뽑고 마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머리와 몸이 따로 노는 것이다. 공채는 산업시대의 잔재다. 공채로 제대로된 인재를 뽑기란 매우 어렵다. 기업체 서류심사를 통과하기 위해 노력하는 대학생들의 모습들을 보라. 그리고 특목고를 지나 저 멀리 초등학교 사교육을 불러오는 연쇄고리를 보라. 그것이 회사를 살리고 한 나라의 산업을 일으킬 인재를 만드는 과정인지 생각해 보라. 기준이 잘못되면 결과가 나빠진다.

대학이 취업을 위한 정류장으로 전락한지 오래 되었다. 인재를 만들지 못하는 대학에 큰 잘못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 원인의 일부는 대기업과 공기업이 만들어내고 있다. 채용시스템을 바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