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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경영/인재와 경영

일이냐 사람이냐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8. 8.
A. 이번 구조조정에서 어쨌든 현재 인력의 30%를 퇴출시켜야 한다. 이론의 여지가 없다. 각 부서장들을 소집해서 할당량을 시한까지 해내라고 최후통첩을 해야겠다.

B. 4명이 와서 3인분만 시키는 손님들은 정말 짜증난다. 그걸 주문이라고 받아오는 애들이 문제다. 교육을 시켜야겠다.

C. 김차장은 내 자리를 위협하는 가장 큰 우환이지만 지금 우리 부서에서 빠지면 타격이 크다. 내가 승진할 때까지만 딴맘 먹지 않고 잘 버텨주면 좋으련만...

일이냐 사람이냐. 매 순간 고민되는 문제입니다. 교과서에 쓰인대로 답을 하자면 일보다 사람이겠지만 현장에서 실천하기는 너무나 어려운 문제입니다. 이랜드라는 기업의 행태를 보면서 각박한 세태를 개탄한 분들 많으실 겁니다. 하지만 이런 문제가 어디 이랜드만의 문제이겠습니까? 우리 사회 전반이 비슷할 것입니다.


자본주의가 이 땅에 새로운 기준을 들이민 이후, 일이 사람 위에 올라선지 이미 오래입니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사람을 내쫓고, 내가 올라서기 위해 동료의 뒤통수를 칩니다. 내 식당에 와서 밥먹는 사람은 다 돈으로 보이지요. 재산문제로 갈라서고 심지어 근친을 폭행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런 일들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 되었습니다.


사람이 떠나가는 악순환의 고리
삶은 메마르게 살기를 강요하는 듯이 보입니다. 모두들 자기 입에 풀칠하고 살아갈 뿐 다른 여유가 없다고 하지요. 사실 그렇습니다. 기업을 운영하고 장사를 하는 분들에겐 하루하루가 피말리는 전쟁터와 같을 것입니다. 샐러리맨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박봉으로는 아이 키우고 집 장만하는 것 조차 버겁습니다. 이런 가운데 사람을 챙길 여유가 있을리 없지요.

A'. 사람을 수도 없이 자르고 비용을 삭감하고 거래처에게 덤터기를 씌우고 별짓을 다해보지만 회사는 원하는 만큼 성장해주지 못합니다. 현상유지도 힘듭니다. 신뢰가 바닥난 지 오래된 회사를 경영한다는 것, 세월이 흘러가면 남는 것이 무엇일까요?

B'. 모든 재료 중국에서 들여오고 종업원 줄 돈 줄여서 열심히 장사 해 보지만 손님은 갈 수록 줄고 월세 내기도 힘에 부칩니다. 주방장 구하기도 힘든 이 장사, 계속하면 무엇이 남을까요?

C'. 상사 뒷담화에 길들여지고, 승진해서는 부하들을 기계 부속처럼 계속 갈아 끼우고 내보내고, 언제나 있는 고객 불만은 지겹기만 하고, 원가 줄이라는 지시에 하청업체 고혈을 짜면서 세월을 다 보냈습니다. 그리고 어느새 이젠 퇴출 대상으로 거론됩니다. 막상 회사를 떠나면 어디 갈 곳도 없습니다. 그 동안 무엇을 한 것일까요?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인해 줄기차게 반복되는 기회비용이 있네요. 매번 사람을 잃고 있습니다. 동료, 부하, 상사, 고객, 친구, 애인, 아내, 가족, 친지... 이들은 이런 저런 이유로 나를 떠나가지요. 이런 순간마다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돈이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고 최면을 걸면서 말입니다. 가족을 내팽개친 가장들 모두 이런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억만금으로도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 결국은 알게 되는 것이 인생... 아닐까요?


장사는 이문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매일 일상에서 돈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는 유혹이 생기고 순간 계산적이 되는 자신을 느끼는 때가 있습니다. 선택을 잘못하게 되면 곧 후회할 일이 생기지요. 저는 제 그릇을 키우고 싶습니다. 작은 장사꾼의 딜레마, 즉 소인배 근성을 버리고 싶습니다.

큰 장사꾼들은 사람을 남긴다고 하지요. 신뢰를 모은답니다. 장사를 하는 기간이 길어지면 질 수록 사람들이 쌓이고 이문은 저절로 따라온다고 합니다. 장사를 수십년 해도 단골이 없다면, 조직생활 수십년 해도 나를 믿어주는 사람 하나 없고 조직 나와서 어디 갈 곳이 없다면 그 동안 인생장사를 잘못해온 것이겠지요.

  평범한 우리는...
    1년 만에 뭔가 이루려는 욕심이 앞서
          결국 수십 년 아무 것도 하지 못하면서
    5년 이면 이룰 수 있는 엄청난 일들을 보려 하거나
           그것에 도전하지 않는다.      -  피터 드러커

길게 보는 것, 이것은 어느 증권사만의 모토는 아닐 것입니다. 돈도 멀리 보면 차곡차곡 모여 눈덩이 굴리기가 되듯, 삶도 크게 키워갈 수 있겠지요. 1년 걸려 달성할 일만 생각하지 말고 5년 걸려 달성할 일을 그려본다면 비로소 사람이 눈에 들어올 것입니다. 사람을 얻기 위해서는 관심과 배려로 지속적으로 '챙겨주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신뢰는 마음이 열린 후에도 한참 지나야 조금씩 쌓이는 것이지요.


5년이라는 시간의 공력을 믿는다면 앞의 4년 동안은 오직 사람만을 남기며 묵묵히 걸어가야 할텐데요. 결국 마술처럼 마지막 1년에 정말 원하던 일이 이뤄질까요? 장담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두려운 이유이지요. 하지만 목표한 일이 설령 이뤄지진 못해도 이렇게 살아가는 인생이 실패할 리가 있을까요? 우리는 그 답을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다만 용기가 필요한 문제일 뿐.

5년, 긴 것 같지만 지나고 보면 너무나 빨리가는 시간입니다. 인생의 큰 장사꾼 되고 싶은 분들, 어디 안계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