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2010 년 5월 부터 머니투데이에 연재된 기업인재연구소 김태진 대표의 칼럼입니다>
30세.
20에서 30으로 접어들면 감회가 남다르다.
이제 싱그러운 청춘은 기억의 세계 너머로 보내야 한다.
그 동안 부담은 적고 자유가 많았다. 특권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제약이 많을 것이고 잘 알고 있다.
30세.
육체적 성장은 멈췄지만 체력이 뒷받침 될 때다.
경험지식이 축적되면서 사고력을 비롯한 지적인 능력이
현격히 증가되기 시작하는 때이기도 하다.
이 때부터는 일과 관련하여 어떤 것을 배우더라도 쉽게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다.
30세.
이제 막 직장생활을 시작한 사람일 수 있다.
혹은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5년이 훌쩍 넘은 사람일 수도 있다.
경력면에서 큰 차이가 날 수 있지만 서른 이라는 나이의 무게는 별반 다르지 않다.
인생은 산을 오르는 등반에 비유되곤 한다.
서른 즈음을 맞이한 직장인 앞에는 세 갈래의 길이 놓여 있다고 하겠는데
어떤 길을 택하느냐가 인생을 통틀어 가장 중요한 결정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평탄하고 큰 길
일을 만들어 내는 것 보다는 실수를 하지 않는 것, 책 잡히지 않는 것이 우선시 된다.
해마다 봉급이 얼마나 오르는지가 중요해지고, 승진에서 누락될까 노심초사 한다.
밤 10시가 다되도록 뉴스검색이나 쇼핑을 한다. 상사가 퇴근하지 않은 것이다.
어떻게 하면 현재 맡고 있는 업무를 크게 포장해서 다른 일을 맡지 않을지 연구한다.
언제부터인가 매달 주어지는 봉급에 불만이 생겨난다. 작은 일에도 짜증부터 난다.
회식이 재미없고 의미도 없지만 2차, 3차 따라다니며 자리를 지킨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는 승진하는 것이 두려워진다. 책임이 커지는 것이 두렵다.
부하나 후배가 늘어나면서 튀는 친구들이 치고 올라오는 것이 부담스럽다.
존경 받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은근히 무시나 따돌림을 당하는 것이 스트레스다.
그렇게 시간이 간다.
그런데 이 길을 가다보면 막다른 곳에 다다른다. 까마득한 절벽이다.
아무 생각 없이 사람들 틈에서 한발 한발 걸어왔지만 결국 낭떠러지로 밀려왔다.
이 절벽까지 오는 길은 외길이었고 15년을 걸어온 그 먼길을 돌아갈 수는 없다.
이 때가 45세 언저리이다.
능선길
서른을 맞이한 직장인이 택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은 능선길이다.
누구나 갈 수 있는 길은 아니다. 직장이 대기업 규모의 대형 조직인 경우 택할 수 있다.
능선길 진입로는 좁다. 그리고 초입이 가파르다. 거기서부터 끝없는 계단이 시작된다.
심호흡 몇 번하고 각오를 단단히 해야만 한다.
대기업처럼 규모가 큰 기업에는 성공한 제품이나 경쟁력 있는 서비스가 있다.
이것의 생산과 품질관리에 관련한 모든 지식을 내것으로 만드는 것이 출발점이다.
그 다음으로는 마케팅과 영업을 중심으로 경영에 관한 전문성을 얻어가야 한다.
해외 사업관련 지식이나 거대설비 투자와 같은 희소성 있는 지식도 얻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회사의 중요한 프로젝트가 있을 때마다 적극 나서야 한다.
간부로서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조직에 생기를 불어넣는 리더십을 깨우쳐야 한다.
이런 일련의 노력을 통해 국제적 시야를 가진 전문경영인으로 올라서는 것이다.
결코 평범하지 않은 각고의 노력만이 결국 능선에 올라서게 해준다.
일단 능선에 올라서면 곳곳에서 러브콜이 쇄도한다. 몸값이 천정부지로 올라간다.
그리고 45세 부근에서 정점에 올라 그 뒤로도 오랫동안 정상의 능선길을 걸어갈 수 있다.
단점은 가고 싶다고해서 누구나 갈 수 있는 길은 아니라는 것이다.
대규모 조직에 속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천성과 강점이 여기에 부합해야 한다.
경쟁적 사고방식이 있어야 하고 공과 사가 철저히 분리되어야 한다.
때론 끝없이 냉정해야 하고 필요할 때에는 남의 가랑이 사이를 기어가기도 해야 한다.
강철 체력으로 15년을 버텨내야 한다. 상사운이나 보스운도 좋아야 한다.
대기업을 다니더라도 자신의 성격이 이와 맞지 않는다면 다른 길을 가야 한다.
계곡길
내려가는 길이 다소 험할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다.
그것은 가능한 한 가장 빠른 시간 내에 사표를 내고 독립하겠다고 선언하는 일이다.
이 선언이 가능하려면 회사를 나가서 하고 싶은 일이 하나 이상 머리 속에 있어야 한다.
계곡길은 누구나 택할 수 있는 길이다. 계곡길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길을 택하려면 먼저 자기 자신에 대해 고민을 해야만 한다.
사표를 낼 각오가 서면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그 뒤를 책임질 준비일 것이다.
월급과 같은 안정적 생계수단이 사라진다면 당장 막막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대체할 만한 정도의 현금흐름을 어떤 방법으로든 만들어야 한다.
그것은 컨설팅, 세일즈, 저술, 강연 등 지식서비스일 수도 있고
집에서 만든 핸드메이드 물건을 인터넷을 통해 파는 일일 수도 있다.
즉 스스로 제품 생산자가 되거나 서비스 제공자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또한 그것들을 시장에 내놓았을 때 만족하며 사주는 고객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배경으로 인해 계곡길이 능선길 만큼이나, 혹은 그 이상 험한 길이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을 파는 일에서 벽을 느끼고 쉽게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직장 생활을 하면서 계곡길에 들어설 준비를 성공적으로 해내지 못하면
결국 남들 뒤를 따라 넓고 평탄한 길로 가야 한다. 그리고 절벽을 만나야 한다.
계곡길은 깊이 들어갈 수록 점점 가파른 길이 되는 특징이 있다.
한 분야 전문가가 되는 것은 마음 단단히 먹고 달려들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전문가 단계를 뛰어넘는 각고의 노력이 따라야 하는 것이다.
전문가 단계에서는 최소 생계를 해결할 수 있고 돈을 많이 벌 수도 있다.
부단히 노력해서 최고가 되면 결국 최고의 경영자들과 마찬가지로 정상에 서게 된다.
계곡길에는 몇 가지 관문이 있다.
우선 전문성을 얻어야 한다.
두 번째 탄탄한 인맥을 구축해야 한다.
세 번째 자신만의 고객들을 확보해야 한다.
네 번째 자신만의 브랜드를 확립하고 높은 가치를 얻어야 한다.
세상사란 것이, 지키려는 이들에게 가혹하고 공격하는 이들에게 약하다.
계곡길을 준비하는 이들은 삶의 태도가 달라진다. 그리고 역량도 달라진다.
처음 몇 달은 드러나지 않겠지만 1~2년만 지나도 사람이 확연히 달라진다.
이런 사람들을 기업에서 좋아할까, 싫어할까. 당연히 좋아한다.
계곡길을 가는 사람들은 사표를 가슴에 품고 다니지만 오라는 곳이 많아진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이처럼 역설적인 곳이다.
서른. 이제 산 길이 시작된다.
당신은 세 갈래 길을 앞에 두고 있다. 과연 어느 길로 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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