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2010 년 5월 부터 머니투데이에 연재된 기업인재연구소 김태진 대표의 칼럼입니다>
바보상자 TV가 진화하고 있다. TV는 그간 컬러로 진화한 이래 케이블 등 채널을 늘리는 방향으로 성장해 왔다. 그런 TV가 이제는 완전히 새롭게 진화하려 한다. 그것은 두 가지 방향인데 하나는 입체이고 또 하나는 PC기능이다. 한 지인이 물어본다.
- 3D TV 광고가 한창인데 사도 될까요?
월드컵 중계를 3D로 보고 싶다는 것이다. 선뜻 거기에 답하기 사실 쉽지는 않다. 망설여지는 이유 중 하나는 일단 비싼 만큼 효용이 있을까에 붙는 물음표다. 인기형인 55인치의 경우 일단 LED TV에 비해 100만원 이상 고가다. 그 정도야 적당한 차이라고 할지 모르겠다. 그런데 막상 월드컵이 끝나면 볼만한 프로그램이 확 줄어드는 것이 문제다. 이미 시험방송을 하고 있고 지속적으로 프로그램 제작이 되겠지만 불편한 안경을 쓰고 볼 만큼 '감동적인' 영상 제작은 당분간 어렵다고 보면 된다. 자칫하면 월드컵 이후 2D TV로 전락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또한 당장은 화질상의 문제도 있다. HD급 화질을 기대하는 사람들에게는 아마 상당히 오랜동안 실망스러울 것이다. 현재 월드컵 중계도 SD급으로 이뤄진다고 하는데 입체효과의 값어치가 불편한 안경에서 반감되고 떨어지는 화질에서 다시 한번 반감되는 면이 있는 것이다.
입체효과가 뛰어난 능동형 3D를 감상하기 위해서는 전용안경을 착용해야 한다. 하나에 15만원 정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이 안경을 4인 가족이 동시에 즐기려면 50만원에 이르는 추가비용이 들어가는 셈이다. 몇 개를 사야 하느냐에서 고민할 수 밖에 없다면 아마도 모든 가족이 동시에 즐기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다. 얼리어답터 성향의 소비자라면 한번 재미를 느껴볼 만하다. 반면 현재 TV가 있고 교체를 원하는 합리적인 소비자라면 구매시기를 늦추라고 말하고 싶다. 내년 정도에는 가격도 상당히 내려가겠지만 동시에 3D로 제작되는 프로그램들이 다양화하고 또한 품질도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TV 구매시기를 내년으로 늦추라고 조언하는 보다 중요한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 그것은 구글이 선도하고 있는 새로운 TV이다. 그것은 PC가 내장된 TV다. 최근 들어 인터넷이 되는 TV가 여러차례 선보인 바가 있었지만 TV에서 인터넷을 구현한 정도일 뿐, PC성능을 그대로 구현한 시스템은 아니었다. 그런 의미에서 구글TV는 완전히 새로운 개념이다. 아래 소개 동영상에서도 나와있지만 구글TV는 검색하는 TV다. 보고 싶은 내용을 검색하면 똑똑한 TV는 시청자가 보고 싶어하는 영상을 소개해준다.
그 뿐이 아니다. TV를 통해 PC에서 이뤄지던 모든 일들이 이뤄진다. 메일을 검색하고 일정관리를 하고 심지어 무료전화를 걸 수도 있다. 바보상자로 낙인찍힌 TV가 이젠 매우 똑똑해지는 것이다. 올 가을에 선보인다고 하는 구글TV.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선도제품이다.
구글이 TV를 바라보는 시각에 일으킬 변화는 실로 엄청난 것이다. 반면 그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크게 어려울 것이 없는 제품이기 때문에 이미 구글의 경쟁자들은 보다 참신하고 새로운 제품으로 맞불을 놓을 채비를 하고 있다. 아이폰을 키워서 아이패드를 만든 바있는 애플은 이제 아이패드를 더 키우기만 하면 사실상 구글TV의 경쟁제품을 만들 수 있다. 또 많은 이들이 열광할 것이다. 그런가 하면 구글이 소니를 TV제조부문 독점 파트너로 삼았기 때문에 삼성이나 LG등 TV시장의 거인들 역시 경쟁력있는 제품들을 쏟아낼 것이다. 이들은 PC제품에서도 경쟁력을 갖고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3D TV 구매시점은 내년으로 미루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 현 상황으로 볼 때 구글TV나 그 경쟁제품에는 3D기능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 핵심은 PC기능이다. 앞으로 어떤 제품이 시장을 장악할 지는 예상하기 어렵지만 구매자의 입장에서 고려할 사항은 분명하다. 구글TV의 핵심은 컴퓨팅이다. 다른 고려사항에 우선하여 적어도 PC기능이 성공적으로 구현되는 TV를 구매해야만 월드컵이 끝난 후 몇 달 지나지 않아 입맛을 다시며 후회하는 우를 범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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