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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경영/취업직장커리어

서류심사에서 학점이 주요 기준이 되려면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3. 13.
채용과정에서 학점의 중요성은 말할 것도 없다. 모든 학생들이 학점에 목숨을 거는 것에도 절대적인 이유가 있는 것이다. 대기업에서는 학교등급과 학점을 조합해 해당 지원자의 점수를 산출한다. 예를 들면 1등급 대학에서 4.0 이상을 받으면 최고 점수를 받게 되고 대학등급이 떨어지거나 학점이 떨어지면 점수가 내려가는 식이다. 1등급 대학이라하더라도 학점이 상대적으로 낮으면 점수가 많이 깎인다. 실제로 4.0이 10점이라면 3.0은 5점 이하를 준다. 학점 반영비율이 3분의 1을 넘는 기업이 많다보니 이처럼 점수가 많이 깎이면 만회하기가 어렵다. 서류심사를 통과하려면 학점 4.0! 이것은 거의 등식이다.

누구도 학점을 중시하는 것에 반대하기는 어렵다. 학점은 성실하고, 치열하고, 위로 부터 인정 받는 사람임을 보여주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질은 조직생활을 하는데 매우 필요하다. 이런 사람들은 요령이 좋은 법이다. 기업으로서는 지원자의 내면을 속속들이 파악할 방법이 없고, '굵은 채로 안전하게' 걸러내는 작업만 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수치로 환산된 학점이 절대적인 기준이 되는 동안, 그 학점을 채우는 과정에서 무엇을 배웠는지는 누락되는 것이다. 요령이 좋은 학생들은 학점을 잘 받을 수 있는 과목만 수강하면서 학점을 관리한다. 노선이 분명한 것도 좋지만 젊은 날 황금같은 시기에 자신에게 꼭 필요한 공부를 하고 성장하는 것이 축소되고 만다. 대학의 목적이 변질된다고도 하겠다.

이처럼 요령 좋은 학생들만 살아남는 게임의 룰은 위험하다. 기업에서도 곰곰히 생각해야 할 대목이다. 지금 기업에는 요령이 좋은 사람들 보다는 역량을 갖춘 사람이 더 많이 필요하다. 그 동안 요령 좋은 사람들만 뽑아왔기 때문이다. 요령 좋은 사람들은 경쟁기업을 분석하고 흉내내고 비교우위를 만들어내는 패턴의 일을 잘 해낸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경쟁기업과는 차원이 다른 새로운 물건과 서비스를 상상하고 그것을 구현해 내는 과정은 요령만으로 되지 않는다. 선도기업을 따라가기만 할 것이 아니라 추월해 앞서 가고 싶다면, 한 분야에 미친 사람들이 뿜어내는 역량이 필요한 것이다. 역량은 한 분야에 대한 관심과 일정 시간 이상의 꾸준함이 바탕이 되어 만들어진다.

기업을 경영하는 분들은 회사 내에 인재가 없다고 불만이다. 근본적인 부분을 짚어보면 길이 보인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말이 있다. 산업화 시대에는 요령있는 사람들이 일을 잘 해내던 시대였다. 하지만 지금은 역량이 있는 사람들이 필요한 시대다. 채용과정에서 요령좋은 사람들만 뽑으면서 인재가 없다고 하소연 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어떻게 하면 특정분야 역량을 갖춘 인재들을 뽑을 수 있을까. 갈 길은 멀지만 원칙적이고 궁극적인 해답을 생각해 본다. 룰이 바뀌면 게임의 양상이 완전히 바뀐다. 축구를 하던 한 선수가 공을 들고 뛰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 럭비다. 럭비 경기에 참여하면서 축구의 룰만 고집하는 선수가 있다면 어떻게 될까. 퇴출될 것이다. 그 때문에 럭비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변화할 수 밖에 없다. 이처럼 룰을 바꾸면 많은 것들을 저절로 바꿀 수 있다. 

채용과정에서 최종 학점만을 반영하는 현재의 룰을 바꿔야 한다. 어떻게 바꿀까. 현재 필자도 정답은 없다. 다만 정답에 근접하기 위한 아이디어 차원의 제안을 해보고 싶다.

1. 학점 외에도 수강한 과목간의 연계성을 점수로 도출해야 한다. 즉 기업별로 해당 분야의 역량을 갖추기 위해서 수강해야 하는 과목들의 DB를 구축할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어느 정도 탄력성을 부여해 지원자가 합리적이고 설득력있는 설명을 할 수 있는 경우 연계성을 인정해 주는 여지를 남겨야 한다. 이를 통해 관심도 없는 과목들로 학점사냥에 나서는 맹목적성 부작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2. 대학의 수준도 다르고 교수의 역량도 많은 차이가 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업에서 인정하는 우수한 강좌를 권장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인문, 사회, 자연과학, 교육, 공학, 예체능 등 여러 대학 강좌 중에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역량을 갖춘 인재를 만드는데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강좌를 리스트업하고 이를 우수한 점수로 수강한 지원자에게 가산점을 주는 식으로 운영하는 방식이다. 이는 개별 기업이 임의대로 선정할 수 없기 때문에 약간의 궁리가 필요하다. 우선 떠오르는 방식으로는 두 가지가 있다. 먼저, 공공의 차원에서 대학에서 이뤄지는 강의 평가제도를 확대하여 통합 DB화 하는 방식이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는 오픈소스의 형태로 전국의 대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강의 평가시스템이 있을 수 있겠다.

아이디어 차원이므로 다소 무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핵심요점은 이것이다. 최종 학점만을 채용에 반영하는 것은 더 이상 안된다. 이를 고수하는 한 대학생활이 인재로 커가는 기간이 아니라 단지 요령만 키우는 기간이 되어버린다. 밭을 황무지로 만들면서 수확이 적다고 투덜거리는 우를 범하지 말자. 인재를 원하거든 대학이 인재를 만들어낼 수 있는 곳이 될 수 있도록 기업도 궁리와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