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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경영/취업직장커리어

부모 등골을 빼먹는 20대... 에게 고함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 1. 21.
대한민국에서 부모가 된다는 것은 대단한 각오와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무슨 이야기인지 그 면면을 보자.

1. 출산 :
맞벌이를 하든 하지 않든 아기를 갖는다는 것은 여자에게 위험하다.  

- 맞벌이 여성의 경우. 임신한 근로자에 대한 사회 안전망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현실적인 이유로 직장을 포기하거나 직장에서의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아기는 여성 근로자의 미래 자아실현을 기회비용으로 태어나는 셈이다.

  - 전업주부의 경우. 남편의 월급만으로는 '기대수준에 맞게' 아이를 키우기가 어렵기 때문에 뭔가를 해서 분유값이라도 보태야 한다는 부담감을 껴안은 채 아기들이 태어난다고 할지.

2. 조기 사교육, 기러기아빠 :
초등교육 부터 아이 한 명당 월 100만원 이상의 사교육비를 쓰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는데 왠만한 집에서 아이 둘을 낳았다간 기초 생계비도 줄여야 할 판이다. 기러기 아빠의 경우는 상상할 수 없는 비용이 지출된다. 기러기까지는 아니라도 맞벌이 부부의 경우는 한 사람의 벌이가 고스란히 사교육비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고, 전업주부들은 할인점 계산대 등으로 내몰리고 있는데 이들은 몇 푼 벌지 못하면서 애정을 담은 가사와 육아의 기회를 기회비용으로 지불하는 셈이다.

3. 주택마련 비용 :
한국에서 아기를 여럿 낳으면 안되는 이유 중에 하나는 주택을 마련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이다. 결국 아이 하나당 방이 하나씩은 늘어나줘야 이상적일 텐데 집이 커질 수록 집값은 그 이상으로 늘어나므로 아이를 2~3명만 낳아도 막대한 비용이 집을 마련하는데 소요될 것이다. 우리사회 소수 엘리트집단의 노후를 간단히 해결해주기 위해 대다수 서민들의 기초 가계비용을 너무나 올려버린 참여 대한민국. 주택관련 비용이 가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진다면 아이는 삶의 질을 기회비용으로 지불하게 하는 셈이다.

4. 입시 뒷바라지 :
취업관문이 좁아질 수록 자식을 명문대에 '밀어넣는 것'이 지상명제가 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라면 집안 기둥뿌리를 뽑아서라도 입시 뒷바라지를 하게 된다. 사립초등 - 학군 중학교 - 특목고 - 명문대로 이어지는 입시 드라이브에서 학원에 고스란히 바치는 돈이 늘어날 수록 이 또한 삶의 질을 기회비용으로 잡아먹는 일이된다.

5. 대학등록금 :
최근 가속도를 붙여 천정부지로 치솟는 대학등록금. 대학이라는 고등교육에 1인당 국가지원금이 90만원에 불과한 우리나라 사정에서 (참고. 미국 926만원, 일본 485만원) 책임은 고스란히 대학생 부모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인기학과를 중심으로 한학기 등록금이 1천만원에 육박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8학기 학비만 평균 3천만원이 훌쩍 넘는 돈이 부모들에게 청구되는 셈이다. 

6. 용돈 등 미취업 성인자녀 생계비 :
아르바이트 시급이 얼마인가. 법정으로는 3500원 언저리가 최저이지만 온갖 불법 탈법행위들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2500원 정도가 평균이라고 할 때, 10시간 꼬박 일해서 하루 받는 돈이 25,000원이 고작이다. "그 시간에 공부를 해라"는 말에 여지없이 무너지는 수준이다. 그런 말을 날리는 순간 용돈 등 생계비도 부모에게 귀책된다.

7. 혼수 주택마련 등 결혼비용 :
법정 결혼에 그리 많은 돈이 필요하진 않다. 구청에 가서 신고를 하면 된다. 하지만 예식으로서의 결혼엔 많은 돈이 들어간다. 상부상조로 부담을 줄일 수는 있지만 이것 저것 챙겨야 하는 혼수에 이르면 답이 잘 안나온다. 신부 쪽 예물, 살림 등의 책임이, 신랑쪽 주택마련의 책임이 고스란히 부모들에게 전가되는 풍경은 그리 낯설지 않다.

결국 유아 조기교육 부터 출발한 레이스에 투여되는 돈은 사교육 시장을 비대하게 만들면서 대한민국 평균 가정의 삶의 질을 낮출 뿐 아니라 해당 부모 노후자산의 씨를 말리는 결과를 낳게 된다. 이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개선될 문제는 아니며 오히려 더욱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은데, 지금의 초등학생들, 유치원생들로 나이가 점점 어려질 수록 사교육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과연 한국에서 부모가 된다는 것은 꽤나 무모한 일로 보인다. 그러다 보니 자식있는 이들은 자식들이 커갈 수록 극단적인 이기적 욕망의 노예가 되어가는데...

*  *  *

억울한 이들 이야기를 해야겠다. 바로 청년실업시대를 살아가는 20대다.

부모의 등골을 빼먹는 20대라는 말을 우리 주위에서 많이 한다. 부모 세대들은 30이 다 되도록 자기 앞가림을 못하는 자녀들이 애처러우면서도 그 말의 실체가 피부로 와닿게 되고, 삼촌뻘 되는 386들은 자기들 20대에 나름 쉽게 쉽게 취업하면서 부모 고생 덜 시켰다는 우월감에 젖어 이런 류의 말들로 지금의 20대를 매도하는데 열심이다. 사회 구조적 문제를 방기한 채, 개별 가정의 문제로 시야를 좁히면 이러한 비난도 일정 부분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것이 진정 20대의 책임일까? 

우리 사회는 왜 평균적인 노력만으로 평균적인 삶을 살아갈 수 없는 것일까?


자기 가족만을 위한 극단적 이기심이 팽배한 우리사회, 그 이기심은 미래를 떠받칠 구성원들의 자립을 지연시키고 생계도 위협하면서 사회의 근간이 뿌리째 썩어가도록 하고 있다. 지금 안정된 직장을 다니는 이들은 부모로서 '코가 석자'이다 보니, 자신들의 성역을 보호하기 위해 진입장벽을 친다. 그리고 신참들에게는 88만원 일자리만을 제시한다. 그것도 자신들과 똑같은 노동의 댓가로. 그래야만 자신들이 성장의 과실을 독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기 자식들에게도 이런 조건이 강요될 것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것은 다음 문제다.

20대는 독하게 마음을 먹어야 겠다. 움츠러들면 지는 게임. 잔인하게 밟아대면서도 속으로는 두려움에 벌벌 떠는 기득권 세력 앞에서, 독종이 뭔지 제대로 보여주듯 처절하게 일어서 보자. 어떻게라도 시대를 뚫고 살아 남는다면 결정할 일이 있을 듯 싶다. 결국 이 사회를 떠맡는 때가 왔을 때, 자신들을 나락으로 떨어뜨렸던 유신세대와 386세대를 기꺼이 부양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말이다...

아니면 지금 바로, 잘못 가고 있는 우리 사회의 룰을 바꿔보는 것은 어떨까? 극단적 이기주의라는 포식괴물을 죽이고 상생과 공존이라는 희망의 싹을 심어보는 것은 어떨까? 뭉치면 가능하다. 우선 고려할 것이 바리케이드일까 촛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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